[편집국에서] '조국 흑서' 이후 더욱 불거지는 586 퇴진론

입력 2020-09-02 17:37   수정 2020-09-03 00:20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세대들이 안 보이고 또 보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였던 박주민 의원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주도권은 왜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당에 있는 여러 세대가 섞이지 않고 마치 시루떡을 켜켜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위에는 50년대생들이, 그다음에 586과 그다음 세대가 있는데, 위에 있는 두 층이 상당히 두껍다”며 “밑에 세대인 저 같은 40대가 뭔가 활동을 할 만한 여백이나 공간, 기회 이런 게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여권 안팎에서 최근 들어 ‘586 퇴진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 발간이 주요 계기가 됐다. 조국 백서는 친여 인사들로 구성된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지난달 5일 출간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말한다. 조국 백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어느 시대나 반개혁 세력은 개혁 세력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이었던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586세대가 한국 사회의 허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에 맞서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 흑서)가 같은 달 25일 출간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의과대 교수 등 저자들은 조국 흑서에서 “586 정치인들이 ‘신적폐’가 됐다”고 주장했다. 586 정치인들은 철학도 능력도 비전도 없는 사익추구 집단이고, ‘표창장 위조’만 안 했을 뿐이지 다들 조 전 장관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진 전 교수는 김 교수의 ‘586 허리론’에 대해 “그러니 나라가 디스크에 걸린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586 비판’에 나선 것은 조국 흑서 저자들뿐만이 아니다. 진보진영 원로인 홍세화 노동당 고문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586의 적지 않은 사람들을 ‘민주 건달’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무슨 정치를 펴고 싶은지는 보이지 않고 권력을 잡는 집권 자체가 목표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은수미 성남시장도 같은 달 언론 인터뷰에서 586세대를 향해 “주요 기득권 세력에서 이젠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586 운동권 대부’로 불리는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이 ‘태양광 비리’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586 정치인을 향한 비판과 퇴진론에도 여권에서는 전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조국 흑서에 대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격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국민이 40%”라고 했던 ‘586 정치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전당대회에서 1위 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586 세대의 맏형 격인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당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586이 현 2030세대의 호소와 의견 청취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한 청년의 지적에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댓글 몇 개 달면서 한풀이하듯 하지 말고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여권 586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과 퇴진론이 더욱 거세지면 그때도 지금처럼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변화와 결단이 없다면 이번에는 ‘586 흑서’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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